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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법률프리즘 2018. 7. 25.자 "혐오, 명예훼손, 모욕 그리고 표현의 자유" 변호사 최재홍

작성일자 2018-08-22
분류 언론보도
링크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id=201807231434551&pt=nv#csidx3a7c3720a175b6a9c9c12895cd2918b
법무법인 자연의 최재홍 변호사가 2018. 7. 30.자 주간경향 1287호에 투고한 글입니다.





혐오표현은 피해자 집단에 속한 구성원들의 정신적 피해도 문제이나 집단에 대해 가하는 혐오가 갈등을 유발하고 사회적 통합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있다.
우리 사회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경험하면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소중함을 체험하게 되었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부에 대항하여 그들을 풍자하고 조롱하기도 하였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서울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 포스터에 대학강사가 쥐 그림을 그린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정부는 시민들의 정부 비판과 참여를 봉쇄하기 위하여 명예훼손을 이유로 한 전략적 봉쇄소송으로서 이 대학강사를 공용물 훼손으로 법원에 기소하였다. 박원순 변호사가 2009년 6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국정원의 민간사찰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국정원이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한 사건도 대표적인 전략적 봉쇄소송이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에 있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한 필수적이고 본질적인 것으로서, 헌법 제21조는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헌법 제21조 제4항은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여 표현의 자유에 대한 헌법적 한계를 명시하고 있다. 또한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표현의 자유도 무제한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가중처벌 받는 사이버명예훼손죄

이처럼 국가 정책이나 권력자 등 사회적 강자를 상대하기 위해 행하는 문제제기나 풍자와 조롱은 표현의 자유로서 강하게 보호를 받아야 하지만, 표현의 자유 제한으로서 문제되는 것으로는 혐오표현, 명예훼손, 모욕이 있다.
혐오는 어떠한 것을 증오하는 것이다. 혐오표현이란 인종·종교·성별 또는 성 정체성에 근거하여 개인이나 집단에 대해 증오를 표현하는 행위다. 적대감을 표출하는 것 이외의 다른 의미가 없는 표현을 의미하지만, 형사법상으로는 혐오표현을 특별히 가중처벌하지는 않고 있다. 형사법상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형사적 처벌을 예정하고 있는 것으로는 ‘형법’상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사이버명예훼손죄가 있다. 명예훼손은 사람의 인격적 가치와 그의 도덕적·사회적 행위에 대한 사회적 평가인 외적 명예에 대해 공연히 사실 또는 허위사실을 주장하여 손상시키는 것을 의미하며, 모욕은 사실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경멸하고 조롱하거나 비하하는 것으로서 가치판단을 표시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한편 명예훼손이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졌을 경우 그 전파력과 피해 확장성을 고려해 사이버 명예훼손죄로 가중처벌하고 있다.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항소2부는 인터넷 보수매체 소속 기자가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말다툼을 벌이던 여성에게 총 14번에 걸쳐 “워마드, 메갈리아, 보슬아치”라고 한 것과 관련하여 이러한 발언은 피해여성을 상대로 경멸감이나 수치심을 유발하는 단어로서, 헌법상 표현의 자유로 보호될 수 없는 것이기에 모욕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워마드 등의 단어를 법적으로 경멸 또는 비하성 발언으로 법원도 인정한 것이다. 이는 최근 워마드 게시글 중 혐오표현들이 사회적 논란을 확장시키고 있는 것과도 연결되어 있다.

한편 5·18 광주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북한 특수부대가 개입한 폭동이라고 주장하였던 지만원씨에 대해서 법원은 “5·18 민주화운동은 이미 그 발생배경과 경과, 계엄군과 광주시민 사이의 교전사태의 발생원인, 경과, 그 밖에 인명피해의 발생원인, 5·18 민주유공자들의 지위와 그에 대한 보상, 예우 등에 관하여 법적 및 역사적 평가가 확립된 상태에서 이 사건 게시글을 통하여 5·18 민주유공자나 참가자들에 대한 기존의 사회적 평가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면서 지만원이 특정인을 지칭하지 않아 집단표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기도 하였다. 변희재씨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와 남편인 심재환 변호사를 ‘종북주사파’라고 지칭한 것과 관련한 손해배상 사건에서 법원은 “종북세력이란 말은 국가와 사회에 위험한 세력이라고 인식돼 원고들의 명성과 평판을 하향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시하면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도 하였다.

혐오표현의 경우 이를 규제하기 위한 차별금지법 등의 제정운동이 있었으나, 아직까지 우리의 형사법 체계에서는 혐오표현 그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은 없으며, 단지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로 처벌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1978년 12월 5일 가입한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은 인종적 우월 또는 증오에 근거한 사상의 모든 유포, 인종차별의 선동 또는 그 행위의 선동 및 인종주의에 근거하는 활동에 대한 자금지원을 포함한 어떠한 원조의 제공도 법으로 처벌해야 하는 범죄임을 선언하고 있으며,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서도 민족적·인종적, 또는 종교적 혐오의 옹호를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증오범죄법’을 통해 차별이나 편견에 의하여 자행되는 범죄를 처벌하고 있으며, 영국은 인종 및 종교적 증오 규제법을 통해, 독일은 나치의 유태인 학살과 관련하여 1994년 홀로코스트 부정죄가 신설되었고, 2005년에는 나치 폭력지배 찬양죄가 신설되기도 하였다.

인종·지역·성별 차별 가중처벌 개정안

우리도 특정한 혐오적 표현에 대하여는 가중처벌하는 법률 개정안들이 다수 국회에 상정되어 있다. 형법상 성별에 대한 혐오 목적의 모욕행위를 일반 모욕죄보다 가중처벌하거나, 인종·지역·성별을 차별하여 명예훼손 또는 모욕하는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하는 개정안들이 그것이다.

이러한 혐오범죄에 대한 사회적 논란은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에서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나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혐오적 표현을 하였던 것이 주된 것이었으나, 최근 여성 우월주의를 주장하는 남성혐오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에 게시된 글들로 인하여 그 논쟁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워마드는 여자(womam)와 유목민(nomad)의 합성어로서, 그동안 우리 사회가 여성에 대해 가한 폭력적·차별적 행태를 폭로하기 위하여 미러링 전략으로서 남성에 대한 혐오적 표현을 하는 것이라는 분석과 일방적으로 그들의 행위를 비난하기보다는 일탈의 원인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워마드에 올라온 혐오적 표현으로서 사회적 지탄이 되고 있는 대표적 사례들인 천주교와 관련된 성체 훼손, 성당 방화 예고, 태아 훼손, 부산 동래역 아동 살해 예고, 남성 누드모델 나체사진 등은 여성 인권의 신장을 위한 페미니즘 운동으로 이해하기에는 사회적 수인한도를 넘은 것들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혐오표현은 피해자 집단에 속한 구성원들의 정신적 피해도 문제이나 집단에 대해 가하는 혐오가 갈등을 유발하고 사회적 통합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있다.
물론 워마드 게시글들은 피해자를 특정하지 않았으므로, 지만원이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무죄를 받은 것과 동일하게 형사처벌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혐오표현에 대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는 차별금지법의 제정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며, 그 전단계로서 혐오적 표현에 대한 가중처벌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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